수학적 논리에서 출발한 SF소설, ‘대각선 논법’ 대상 수상
“인간은 우주의 원리를 완벽히 파악할 수 있을까?”

국내 유일 이공계 대학(원)생 대상 SF 공모전인 ‘포스텍(포항공대) SF 어워드’에서 한양대 박건률(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4) 씨가 대상을 수상했다. SF(과학소설)는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한 문학 장르로, 기술과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미래를 탐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공모전에는 총 98편의 작품이 모이며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각선 논법’으로 대상의 영예를 안은 박 씨를 만나 수상작과 그 배경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수학적 논리에서 출발한 SF소설 ‘대각선 논법’

박 씨는 수상 소감에 대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고, 과분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많은 연습을 통해 성장하고 싶다”며 “내가 고민한 주제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어기쁘다”고 전했다.

▲ 박 씨가 지난 21일 제5회 ‘포스텍 슬롯사이트 보스 어워드’ 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 박건률 학생
▲ 박 씨가 지난 21일 제5회 ‘포스텍 SF 어워드’ 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 박건률 학생

박 씨의 수상작 '대각선 논법'은 인간이 우주의 작동 원리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는 “현재 우리의 인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모든 원리를 규명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작품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작품 제목인 ‘대각선 논법’은 수학적 증명법에서 유래했다. 그는 “이 증명법을 인문학적으로 확장해보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할 가능성과 연결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제목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인간은 우주의 원리를 완벽히 파악할 수 있을까

‘대각선 논법’의 가장 큰 차별점은 과학적 사고와 철학적 탐구의 조화다. 박 씨는 “평소에도 관심을 가졌던 주제인데, 봉준호 감독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는 말에서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작품의 핵심 아이디어는 1학년 때 수강한 이산수학강의에서 접한 ‘정지 문제’에서 비롯됐다. 그는 “대학에서 ‘불가능함을 증명하는 문제’를 처음 접하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정지 문제의 증명 과정에서 등장하는 대각선 논법을 활용해 미래의 불확실성, 선악의 기원등 현재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파악할 수 있을지 혹은 불가능한지 상상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작품의 결론에서 박 씨는 ‘인간이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담았으며 “우리가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박 씨의 수상작 '대각선 논법은 인간은 우주의 원리를 완벽히 파악할 수 있을까'하는 물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 박건률 학생
▲ 박 씨의 수상작 '대각선 논법은 인간은 우주의 원리를 완벽히 파악할 수 있을까'하는 물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 박건률 학생

대회 참가 계기에 대해 그는 “수학적으로는 엄밀한 논증이 필요하지만, 문학에서는 개연성과 상상력이 중요하다”며 “현재로선 수학적 체력이 부족해 내가 가진 생각을 수학적으로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SF라는 문학 형식을 통해 표현해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SF 창작과 도전 과정

박 씨는 SF 소설을 본격적으로 써본 경험이 없었기에, 유명 SF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며 문학적 기법을 익혔다. 특히 테드 창의 작품을 반복해서 분석하며 서사적 구성을 연구했다.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 박 씨는 “글을 쓸 때마다 포기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완성된 명작들과 내 초고를 비교하며 자신감이 떨어져 제출을 망설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완벽보다 완성이 더 가치 있는 것이니 그냥 하라'는 한 친구의 말을 듣고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구와 진로, 그리고 SF적 사고

현재 김은솔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교수 연구실에서 학부 연구생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 씨는 “연구 경험을 통해 기술이 현실에서 적용될 때의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배운다”며 “과학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는 사고방식이 SF 창작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최근 ‘테크니컬 라이터(Technical Writer)’라는 직업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쉽게 전달하는 역할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며“우선 기술적 배경을 탄탄히 쌓는 데 노력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씨는 시상식에서 심사위원들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공대에서는 기술적 직무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말에 동감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찾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일 수 있다”며 한양인에게 응원의 말을 남겼다.


박 씨의 수상작을 포함한 수상작들과 심사위원 추천작은 수상 작품집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관련슬롯사이트 보스

키워드

슬롯사이트 보스'한양위키' 키워드 보기
박건률 학생, 제5회 ‘포스텍 SF 어워드’ 대상의 영예를 안다